95층 전망 식당은 이제 없습니다, 360 시카고 방문 전 확인사항

한번은 360 시카고(360 CHICAGO)에 간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엉뚱한 층에서 내렸습니다.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 있던 식당으로 그대로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같은 건물, 비슷한 높이, 창밖 풍경도 비슷한데 여기가 전망대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잠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실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식당은 2023년 9월에 문을 닫았습니다.

360 시카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카고 스카이라인과 미시간 호수

시그니처 룸은 이제 없습니다

제가 잘못 들어갔던 그 식당이 95층의 시그니처 룸(The Signature Room at the 95th)입니다. 수십 년간 시카고 전망 식당의 대명사였고, 기념일에 예약해서 가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9월 28일, 경영난을 이유로 예고 없이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이 사실을 굳이 길게 적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된 시카고 여행 정보 상당수가 아직 이 식당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블로그 글을 보고 "존 핸콕 빌딩 전망 식당에서 저녁" 같은 계획을 세우면 현장에서 낭패를 봅니다. 존재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후 이 공간은 360 시카고 측이 매입했고, 다시 식당으로 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95층과 96층은 현재 확장 전망대와 대형 이벤트 공간으로 개조 공사 중이며, 3층 높이의 아트리움을 갖춘 다층 전망대로 2027년 중반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시카고 유일의 다층 전망대가 됩니다. 지금 방문하면 94층만 이용하게 됩니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가 문제입니다

또 하나 겪은 불편은 하행 엘리베이터입니다.

올라갈 때는 대체로 흐름이 괜찮습니다. 문제는 내려올 때입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 특히 일몰 직후에는 모두가 비슷한 타이밍에 내려가려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앞에 줄이 길게 생깁니다. 저희도 한번은 전망대에서 본 시간보다 내려오려고 기다린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습니다.

해결책이랄 것은 별로 없고, 타이밍을 어긋나게 잡는 정도입니다. 일몰을 보러 갔다면 해가 진 직후에 바로 움직이지 말고 20~30분쯤 더 머물다 내려오는 편이 낫습니다. 어차피 입장권에 체류 시간 제한이 없어서, 원하는 만큼 있어도 됩니다. 야경이 완전히 자리 잡은 뒤의 풍경이 또 다르기도 하고요.

위치와 요금

360 시카고는 존 핸콕 빌딩(현 875 N Michigan Avenue) 94층에 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마일 한복판이라 쇼핑이나 시내 일정과 묶기 좋은 위치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30달러 선, 청소년 20달러 선이고 3세 미만은 무료입니다.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므로 온라인에서 미리 확인하고 사는 편이 낫습니다. 일반 입장권에 94층의 클라우드 바(CloudBar) 이용이 포함되는데, 이건 공간 접근이 포함된다는 뜻이지 음료가 공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칵테일이나 음료는 별도 계산입니다.

기울어지는 체험 시설인 틸트(TILT)도 별도 요금입니다. 창문에 붙어 선 채로 바닥이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는 장치인데, 이걸 하려면 추가 티켓이 필요합니다. 티켓을 살 때 옵션이 여러 개 나와서 헷갈리기 쉬우니,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별도인지 확인하고 결제하시길 권합니다.

이 건물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전망대에 올라가기 전에 건물 외관을 한 번 올려다보시길 권합니다. 존 핸콕 빌딩은 검은 몸통에 거대한 X자 철골이 겉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장식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1969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시카고 건축 사무소 SOM이 설계했고, 구조 설계는 방글라데시 출신 엔지니어 파즐러 라만 칸(Fazlur Rahman Khan)이 맡았습니다. 칸이 고안한 개념이 '튜브 구조'인데, 건물 내부에 기둥을 촘촘히 세우는 대신 외벽 자체를 하나의 통처럼 만들어 바람과 하중을 받아내는 방식입니다. X자 가새는 그 외골격의 핵심 부재입니다.

이 방식 덕분에 실내에 기둥이 크게 줄었고, 강재 사용량도 같은 높이의 기존 공법 대비 대폭 절감됐습니다. 초고층 건물이 경제적으로 성립하게 만든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설계이고, 이후 세계 각지의 마천루가 이 원리를 따랐습니다. 같은 엔지니어가 윌리스 타워(옛 시어스 타워)의 구조도 설계했습니다.

그러니까 94층에서 창밖을 보기 전에, 창틀을 가로지르는 굵은 사선 하나가 시야를 자르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방해물처럼 보이지만 그게 이 건물을 서 있게 하는 것이고, 사진에 그 사선을 일부러 넣으면 오히려 여기서 찍었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스카이덱과 무엇이 다른가

시카고에는 전망대가 두 곳 있습니다. 윌리스 타워의 스카이덱과 이곳입니다. 외지에서 온 손님을 데리고 다닐 때 어디를 갈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정리해 둡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 보이느냐입니다. 스카이덱은 더 높지만 다운타운 남쪽에 있어서, 올라가면 도심 빌딩숲이 중심에 들어옵니다. 360 시카고는 북쪽 호숫가에 있어서 미시간 호수와 북쪽 해안선, 그리고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한 방향에 놓고 보게 됩니다. 시카고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이쪽이 유리합니다. 도시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각도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대기 시간도 대체로 스카이덱 쪽이 더 깁니다. 관광 성수기에 시간을 아껴야 한다면 이 점도 고려할 만합니다.

가기 전에 확인할 것

  • 95층 전망 식당은 없습니다. 2023년 폐업. 오래된 글을 보고 식사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 내려올 때를 계산하세요. 일몰 직후가 하행 엘리베이터 정체의 정점입니다. 조금 늦게 움직이면 야경도 얻고 줄도 피합니다.
  • 티켓 옵션을 확인하세요. TILT는 별도, 클라우드 바는 공간 이용만 포함이고 음료값은 따로입니다.
  • 체류 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서둘러 내려올 이유가 없습니다.
  • 스카이덱과 겹치지 않습니다. 도심 빌딩숲은 스카이덱, 호수와 스카이라인 전경은 이쪽입니다.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주소 875 N Michigan Ave 94층 (구 John Hancock Center), Chicago, IL 60611
입장료 성인 $30 내외 / 청소년 $20 내외 / 3세 미만 무료 · 요일·시간대별 변동 · 온라인 사전 구매 권장
포함/별도 일반권에 94층 클라우드 바 공간 이용 포함(음료값 별도) · TILT 체험은 별도 요금 · 체류 시간 제한 없음
95·96층 구 시그니처 룸 자리. 2023년 9월 폐업 후 확장 전망대·이벤트 공간으로 공사 중, 2027년 중반 개장 예정. 식당 재개 계획 없음
교통 매그니피센트 마일 도보권 · CTA 레드 라인 Chicago역 · 주차는 인근 유료
공식 사이트 360chicago.com

시카고에 오래 살면 전망대는 잘 가지 않게 됩니다. 저도 외지에서 지인이나 가족이 왔을 때만 올라갑니다. 관광객 모드로 하루를 보내는 날의 코스인 셈인데,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올라가 보면 도시가 조금씩 달라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없어진 식당 자리에 새 전망대가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요. 2027년에 95층이 열리면 그때 다시 올라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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