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동물원 세 곳을 가보고 링컨 파크로 정착한 이유

시카고와 근교에 있는 동물원은 웬만큼 다녀봤습니다. 규모로는 브룩필드 동물원(Brookfield Zoo)이 압도적이고, 아이들 데리고 가볍게 다녀오기엔 오로라의 필립스 파크 동물원(Phillips Park Zoo)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몇 번씩 다시 가게 되는 곳은 결국 링컨 파크 동물원(Lincoln Park Zoo) 한 곳으로 좁혀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입장료가 없고, 동물들이 눈에 띄게 활발하며, 무엇보다 침팬지 가족을 보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링컨 파크 동물원을 여러 번 다녀본 뒤 정리한 기록입니다. 주차 때문에 매번 고생한 이야기까지 그대로 적었습니다.

화창한 여름날 도심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링컨 파크 동물원 네이처 보드워크 풍경

먼저, 주차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전에 이 동물원의 가장 확실한 약점을 먼저 적어두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주차가 정말 어렵습니다.

동물원 자체 주차장은 풀러턴 파크웨이와 캐넌 드라이브가 만나는 지점(2400 N. Cannon Drive)에 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낮에도 만석인 경우가 흔해서, 입구까지 갔다가 그대로 돌아 나온 적이 여러 번입니다. 둘째, 요금이 계속 올랐습니다. 처음 다니던 무렵에는 20달러 남짓이었던 기억인데, 지금은 첫 30분만 무료이고 하루 기준 35~45달러 수준입니다. 입장료가 무료인 동물원에서 주차비로 40달러를 쓰는 셈이라 아무래도 아깝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주차장을 포기하고 서쪽 입구 방향 길가 주차를 찾아 나섭니다. 스톡턴 드라이브(Stockton Drive) 서편 주택가 쪽 노상 주차는 무료 구간이 있어서, 자리만 잡으면 비용이 0원입니다. 대신 한 바퀴 이상 돌 각오를 해야 하고, 잡은 자리에서 정문까지 10분 정도는 걸어야 합니다. 저는 이쪽을 택하는 편입니다. 오전 이른 시간에 가면 성공 확률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침팬지 가족을 보러 가는 날

이 동물원에서 제가 매번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실내에 있는 유인원 시설입니다. 개체 하나를 따로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침팬지 가족이 무리를 이루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어린 개체가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나이 든 개체가 구석에서 무심하게 지켜보고, 그러다 갑자기 무리 전체가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유리 앞에 서서 그걸 보고 있으면 시간이 꽤 지나 있습니다. 갈 때마다 이 구역을 빼먹은 적이 없습니다.

실내라는 점도 실질적인 장점입니다. 시카고 여름은 한낮에 밖에 오래 서 있기 힘든 날이 많고,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날씨가 애매한 날에도 이 구역만큼은 조건이 일정합니다.

동물들의 상태 자체도 다른 곳과 차이가 느껴집니다. 우리에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는 동물이 별로 없고, 대체로 활발하게 돌아다닙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부분이고, 무료 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베이비 동물원으로 걸어가는 다리에서

동물원 안에서 의외로 좋아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본관 구역에서 파-인-더-주(Farm-in-the-Zoo) 쪽으로 넘어갈 때 건너는 다리입니다. 다리 한가운데쯤 서면 앞쪽으로 연못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시카고 다운타운의 빌딩들이 배경처럼 겹칩니다. 동물원 안이라는 걸 잠깐 잊게 되는 구도라, 사진을 찍는다면 여기가 가장 좋습니다. 동물 사진보다 이 다리에서 찍은 사진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농장 구역은 아이를 데려간 날에 유용합니다. 소, 염소, 닭 같은 가축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동선이 짧아서 아이가 지치기 전에 한 바퀴가 끝납니다.

브룩필드, 필립스 파크와 비교하면

시카고 지역에서 갈 만한 동물원은 사실상 세 곳으로 정리됩니다. 세 곳을 모두 다녀본 입장에서 성격 차이를 적어둡니다.

브룩필드 동물원(Brookfield Zoo Chicago)은 규모가 확실히 큽니다. 하루를 통째로 잡아야 하고 종 수도 훨씬 많습니다. 대신 유료입니다. 2026년 기준 성인 약 30달러, 3~11세 약 21달러, 65세 이상 약 25달러이고 여기에 주차비가 게이트에 따라 17~20달러 별도로 붙습니다. 네 식구가 가면 입장료와 주차만으로 120달러가 넘습니다. 다만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는 일부 지정일을 제외하고 무료 입장일을 운영하니, 겨울에 계획한다면 확인해 볼 만합니다. 무료 입장일에도 주차비는 그대로 받습니다.

필립스 파크 동물원(Phillips Park Zoo)은 오로라에 있는 작은 무료 동물원입니다. 연중 개방이고 입장료가 없으며 놀이터가 붙어 있어서, 서버브 서쪽에 사는 분들이 아이 데리고 한두 시간 다녀오기에 적당합니다. 규모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합니다. 동물원이라기보다 동물이 있는 동네 공원에 가깝습니다.

링컨 파크 동물원은 이 둘 사이에 있습니다. 1868년에 문을 연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중 하나이고, 지금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몇 안 되는 동물원입니다. 연중무휴로 운영합니다. 브룩필드만큼 크지는 않지만 필립스 파크와는 규모가 비교되지 않고, 무엇보다 무료입니다. 저희 집 기준으로는 이 조합이 가장 합리적이라 결국 여기로 굳어졌습니다. 단, 브룩필드는 주차비가 정해져 있는 반면 링컨 파크는 주차가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 반대급부입니다.

동물원 남쪽 끝에서 이어지는 선택지, 더 제이 파커

동물원 남쪽 출구에서 클라크 스트리트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호텔 링컨(Hotel Lincoln) 건물이 나옵니다. 그 13층에 있는 루프탑 바가 더 제이 파커(The J. Parker)입니다. 동물원과 한 세트로 묶어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맞습니다.

이곳의 강점은 위치에서 나옵니다. 링컨 파크의 울창한 나무 지붕과 미시간 호수 수평선, 그리고 남쪽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이 한 자리에서 보입니다. 야외석 140석에 실내석 55석 규모라 야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구조이고, 그만큼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자리 경쟁이 심합니다. 해 질 무렵과 주말 저녁은 워크인으로 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니, 전망 좋은 자리를 원한다면 예약을 하거나 붐비기 전 이른 오후에 올라가는 쪽을 권합니다.

다만 동물원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동물원은 아이를 데리고 가는 무료 시설이고, 이쪽은 저녁이면 DJ가 들어오는 성인 대상 술집입니다. 아이를 동반한 날에 두 곳을 한 코스로 묶는 건 현실적으로 잘 맞지 않습니다. 아이 없이 어른들끼리 움직이는 날의 마무리 코스로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

여러 번 가보고 정리한 실전 요령

  • 오전에 도착하세요. 주차 자리, 동물의 활동량, 실내 구역의 혼잡도가 모두 오전에 유리합니다.
  • 주차장부터 노리지 마세요. 자체 주차장은 만석일 확률이 높습니다. 서쪽 노상 주차를 1순위로 두고, 실패하면 그때 주차장으로 가는 순서가 시간을 아낍니다.
  • 건물 폐관 시간이 정문 폐장보다 빠릅니다. 여름 성수기 기준으로 실내 건물은 오후 4시 30분경 닫히고 정문은 5시에 닫힙니다. 침팬지를 보려고 갔다가 늦게 도착하면 헛걸음입니다.
  • 입장료는 정말 없습니다. 예약도 티켓도 필요 없이 그냥 걸어 들어가면 됩니다.

📍 방문 정보

주소 2001 N Clark St, Chicago, IL 60614
입장료 무료 (티켓·예약 불필요)
운영시간 계절별 상이. 여름 성수기 기준 정문 8:00 개방, 실내 건물 10:00 개관·16:30 폐관, 정문 17:00 폐장
주차 자체 주차장 2400 N. Cannon Dr — 첫 30분 무료, 이후 하루 $35~45 / 서쪽 스톡턴 드라이브 인근 노상 무료 구간 있으나 자리 경쟁 심함
대중교통 CTA Brown·Purple Line Sedgwick역 하차 후 도보 약 10분
공식 사이트 lpzoo.org
더 제이 파커 1816 N Clark St 13층 · 호텔 링컨 · 야외 140석/실내 55석 · 주말 저녁 예약 권장 · jparkerchicago.com

정리하면, 링컨 파크 동물원은 주차만 넘기면 나머지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곳입니다. 입장료가 없다는 사실이 방문 횟수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유료였다면 몇 년에 한 번 가는 곳이 되었을 텐데, 무료다 보니 근처에 볼일이 있으면 한두 시간이라도 들르게 됩니다. 다음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주차 문제를 아예 없애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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