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은 초록 정원과 현대 예술의 공간, 시카고 현대 미술관(MCA)과 스트리터빌 산책

시카고 현대미술관(MCA Chicago)에 다녀온 뒤 가장 먼저 정리해 두고 싶었던 것은 감상평이 아니라 계산이었습니다. 이 미술관은 언제 가느냐에 따라 한 가족이 쓰는 돈이 몇 배까지 벌어집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 비 오는 날 저녁에 다녀왔고, 좋았던 기억만큼이나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아쉬웠던 이야기부터 꺼내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작은 미술관입니다

가장 크게 어긋난 기대는 규모였습니다. MCA의 현재 건물은 약 22만 제곱피트에 이릅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합니다. 그런데 관람객이 실제로 걸어 다니는 전시 공간은 그 숫자만큼 넓지 않습니다. 소장품은 1945년 이후 작품 약 2,700점 규모이고, 한 번에 벽에 걸리는 작품은 그중 일부입니다. 기획전 몇 개와 상설 전시를 차례로 보면 관람이 예상보다 빨리 끝납니다.

저희 가족도 서두르지 않고 돌았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출구 쪽에 도착했습니다.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이나 필드 박물관처럼 반나절을 통째로 잡고 가는 곳으로 여기시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짜리 일정으로 계획을 세우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전시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구조라 방문 시점에 따라 볼 수 있는 작품이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시면 헛걸음을 줄이실 수 있습니다.

시카고 현대미술관 MCA 내부의 흰색 원형 계단과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 공간

직원 응대는 기대를 낮추고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응대였습니다. 입장 절차를 밟고 전시실을 옮겨 다니는 동안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질문을 건네도 돌아오는 답이 짧고 건조했습니다. 여행지에서 이런 응대를 만나면 전시 자체에 대한 인상까지 함께 흐려집니다.

영어권 후기를 찾아보면 응대에 대한 평가가 방문자마다 크게 갈립니다. 안내가 친절했다는 기록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저희처럼 아쉬움을 남긴 방문객도 적지 않으니, 세심한 설명을 기대하고 가시면 온도 차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동선과 관람 순서는 스스로 챙긴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도심 주차비가 입장료보다 무섭습니다

MCA는 220 E Chicago Ave에 있습니다. 마그니피센트 마일 바로 뒤편, 스트리터빌 초입입니다. 위치가 좋은 만큼 주차 요금이 셉니다. 인근 주차장에 아무 준비 없이 차를 대면 몇 시간 만에 입장료를 훌쩍 넘는 금액이 찍힙니다.

저희는 파크위즈(ParkWhiz) 같은 주차 예약 앱으로 미리 자리를 잡고 갔습니다. 앱에서 주차장과 시간대를 지정해 결제하면 현장 요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확정됩니다. 시카고 도심을 차로 다니실 계획이라면 이 앱 하나로 하루 지출이 달라집니다. 대중교통을 쓰신다면 CTA 레드라인 시카고(Chicago) 역에서 걸어서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입장료 구조를 알고 가면 지출이 달라집니다

정가는 성인 22달러, 학생과 65세 이상 시니어가 14달러입니다. 시카고 시 거주자는 신분증을 보여 주시면 성인 19달러, 학생과 시니어 10달러로 내려갑니다. 18세 이하는 언제나 무료입니다. 일리노이주 교사, 현역 군인과 경찰 소방 인력, 장애인 방문객과 동반 보호자도 무료 대상에 들어갑니다. 현장 매표소에서는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방식의 입장도 운영하니, 온라인에서 정가로 결제하시기 전에 한 번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리노이 주민을 위한 무료 개방 시간이 따로 있습니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주중 특정 요일의 저녁 시간대에만 열리는 방식입니다. 요일과 시간대는 운영 방침에 따라 조정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희도 이 무료 개방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무료라고 해서 그냥 걸어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미리 표를 잡아 두어야 자리가 확보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네 식구가 정가로 입장하면 60달러를 훌쩍 넘기지만, 무료 개방 시간에 예약해서 들어가면 입장료가 0달러입니다. 여기에 주차비까지 앱으로 줄이시면 도심 나들이 한 번을 커피 몇 잔 값으로 마무리하실 수 있습니다. 이 미술관은 전시 내용보다 방문 타이밍이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빵공장에서 시작한 미술관입니다

MCA는 196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첫 자리는 이스트 온타리오 스트리트에 있던 옛 제과 공장 건물이었습니다. 지금의 은빛 건물로 옮겨 온 시점은 1996년입니다. 설계는 독일 건축가 요제프 파울 클라이후에스가 맡았고, 그의 첫 미국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 건물은 이전 공간의 다섯 배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동쪽과 서쪽 면을 유리로 열어 미시간호와 도심을 함께 담았습니다. 정면 계단을 올라 한 층 위에서 입장하는 구조라, 문을 지나는 순간부터 거리와 살짝 분리된 느낌을 받으시게 됩니다. 소장품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후기 초현실주의와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을 축으로 삼습니다.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신디 셔먼,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MCA 시카고 건물 뒤편 야외 조각 정원의 잔디밭과 현대 조각 작품

조각 정원은 계절을 탑니다

건물 뒤편에는 약 3만 4천 제곱피트 규모의 조각 정원이 딸려 있습니다. 솔 르윗과 조지 리키의 작품이 놓여 있고, 잔디 너머로 호수 방향 시야가 트입니다. 다만 이 공간은 늦봄부터 초가을 사이에 문을 열어 두는 운영 방식입니다. 추운 계절이나 궂은 날에 방문하신다면 정원까지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저희가 갔던 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원 대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비 오는 날 저녁의 도심 일정으로는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스트리터빌 블록을 조금 걸으면 워터 타워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1871년 대화재에서 살아남은 석조 건물과 유리 상자 같은 현대 건축이 몇 블록 안에 나란히 서 있는 풍경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쓸 곳을 미리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1층 뮤지엄 스토어에는 디자인 서적과 감각적인 소품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전시를 다 본 뒤에도 발이 한참 묶입니다. 미술관 안의 마리솔(Marisol)은 가벼운 카페가 아니라 정식 레스토랑과 바입니다. 점심과 저녁 영업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고 휴관일에는 미술관과 함께 문을 닫으니, 식사까지 계획하신다면 영업 시간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시카고 스트리터빌 거리의 고층 주거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이 이어지는 산책로 풍경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명칭 시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MCA)입니다.
주소 220 E Chicago Ave, Chicago, IL 60611에 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운영 시간 화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늦게까지 열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합니다.
휴관일 매주 월요일에 문을 닫고, 새해 첫날과 추수감사절, 성탄절에도 휴관합니다.
입장료 성인은 22달러, 학생과 시니어는 14달러입니다. 시카고 시 거주자는 각각 19달러와 10달러로 할인받으시고, 18세 이하는 무료입니다.
무료 개방 일리노이 주민은 주중 하루 저녁 시간대에 무료로 입장하실 수 있으며, 온라인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해당 요일과 시간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주차 도심 주차 요금이 높으므로 파크위즈 같은 예약 앱으로 미리 자리를 확보하시면 비용을 크게 줄이실 수 있습니다.
관람 소요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면 전시를 여유 있게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공식 사이트 mcachicago.org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가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가 22달러를 내고 한 번 더 갈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규모와 응대 모두 그 값을 채워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무료 개방 시간에 예약을 잡고, 주차를 앱으로 미리 해결하고, 관람 시간을 한 시간 반 정도로 잡고 들어간다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 오는 저녁에 아이와 함께 갈 실내 목적지를 고를 때 이 조합은 꽤 쓸모가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의 결론은 정확히 그 지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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