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비치발리볼을 한 날, 노스 애비뉴 비치

모래사장 한쪽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구경만 할 생각으로 근처에 앉아 있었는데, 한 팀에서 인원이 모자랐는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더군요. 그렇게 얼떨결에 낯선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몇 게임을 뛰었습니다. 잘하지도 못했고 대부분 공을 놓쳤지만, 그날 노스 애비뉴 비치(North Avenue Beach)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결국 그 30분이었습니다.

6월 초, 해변이 막 개장하자마자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기록입니다.

시카고 마천루를 배경으로 한 노스 애비뉴 비치와 여객선 모양의 캐스타웨이즈 비치하우스

비용의 전부는 주차비였습니다

이 해변의 특징을 한 줄로 말하면, 해변은 공짜인데 주차가 비쌉니다.

노스 애비뉴 비치는 시카고 공원관리국(Chicago Park District)이 운영하는 공공 해변이라 입장료가 없습니다. 모래사장에 들어가는 데 돈을 낼 일이 없고, 별도 예약도 필요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가 다운타운 바로 위쪽 레이크쇼어 드라이브 변이라는 점입니다. 차를 가지고 가면 주차부터 벽에 부딪힙니다.

저희도 그날 주차 때문에 한참을 헤맸습니다. 비치 근처 주차장은 여름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 35달러 안팎이고, 그마저도 자리가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그날 쓴 돈은 사실상 주차비가 전부였습니다. 입장료도, 발리볼 이용료도 없었으니까요. 무료 해변에 놀러 가서 지출 항목이 주차 하나뿐인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부터는 주차 앱으로 미리 자리를 사두고 갈 계획입니다. 스팟히어로(SpotHero) 같은 앱을 쓰면 현장 요금보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착해서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시간을 없앨 수 있습니다. 시카고 다운타운 근처로 나갈 때는 이 방식이 거의 필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를 아예 두고 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CTA 151번이나 156번 버스가 해변 인근을 지나고, 레드 라인 시카고역에서 버스로 갈아타는 경로도 있습니다. 짐이 많은 가족 단위라면 애매하지만, 어른들끼리 가볍게 간다면 대중교통 쪽이 스트레스가 훨씬 적습니다.

비치발리볼 코트가 이 해변의 성격을 정합니다

노스 애비뉴 비치를 다른 시카고 해변들과 구분 짓는 건 결국 발리볼 코트입니다. 모래사장을 따라 코트가 여러 면 깔려 있고, 여름 내내 사람들이 붙어서 경기를 합니다. 조용히 누워 책을 읽는 해변을 기대하고 왔다면 오히려 정신없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대신 구경거리로는 훌륭합니다. 진지하게 리그처럼 뛰는 팀부터 그냥 친구들끼리 공을 넘기는 그룹까지 수준이 다양해서, 앉아서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갑니다. 그리고 앞서 적었듯 인원이 빈 팀에서 부르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장비가 없어도 됩니다. 코트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고, 별도 예약 없이 비어 있는 곳을 쓰면 됩니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면 코트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를 잡는 편이 낫습니다. 경기 중인 코트 바로 옆은 공이 자주 넘어오고 사람들이 뛰어다녀서, 어린아이가 놀기에는 위험합니다.

사람을 피하고 싶다면 북쪽으로

메인 해변이 붐빌 때 빠져나갈 만한 곳이 북쪽에 있습니다. 모래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면 체스 파빌리온(Chess Pavilion)이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옵니다. 체스판이 붙박이로 설치된 야외 쉼터인데, 그늘이 있고 사람도 훨씬 적습니다. 여기서 남쪽을 바라보면 해변과 스카이라인이 한 화면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는다면 메인 해변보다 이쪽이 낫습니다.

수영을 계획했다면 시간 확인이 필요합니다. 해변 자체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열려 있지만,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실제로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대체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사이입니다.

시카고의 다른 해변들과 비교하면

시카고 호숫가에는 공공 해변이 스무 곳 넘게 있습니다. 다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꽤 다릅니다. 몇 곳을 다녀본 기준으로 정리해 둡니다.

오크 스트리트 비치(Oak Street Beach)는 노스 애비뉴 비치보다 남쪽, 매그니피센트 마일 바로 옆입니다. 도심에서 걸어갈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 차 없이 접근하기 가장 쉽습니다. 대신 모래사장이 좁고 그만큼 밀도가 높습니다. 쇼핑하다가 잠깐 들르는 성격에 가깝습니다.

몬트로즈 비치(Montrose Beach)는 북쪽으로 한참 올라간 곳에 있습니다. 부지가 넓고 주차장도 여유가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면 주차 스트레스가 가장 적습니다. 옆에 개 전용 해변과 새 보호구역이 붙어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대신 스카이라인은 멀어서 사진에 담기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하이오 스트리트 비치(Ohio Street Beach)는 규모가 작지만 물이 잔잔한 구조라, 수영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습니다. 파도가 적어 아이들 물놀이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이 중에서 노스 애비뉴 비치가 갖는 위치는 명확합니다. 스카이라인 전망과 활기, 시설이 균형 잡힌 대신 주차가 가장 어려운 곳입니다. 사진과 분위기를 원하면 여기가 맞고, 편하게 물놀이만 할 거라면 몬트로즈가 낫습니다.

시즌과 시설

시카고 해변은 연중 개방이 아닙니다. 공식 수영 시즌은 대체로 메모리얼 데이 무렵부터 노동절까지이고, 이 기간에만 안전요원이 배치됩니다. 시즌 밖에도 모래사장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수영은 금지입니다. 저희가 갔던 6월 초는 막 개장한 직후라 사람이 한여름보다 적었고, 물은 아직 차가웠습니다. 6월 미시간 호수는 생각보다 훨씬 찹니다.

시설은 비치하우스 안에 화장실과 탈의·샤워 공간이 갖춰져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의자와 파라솔,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빌려주는 대여소도 운영합니다. 짐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현지 대여를 계산에 넣어도 됩니다.

비치하우스 위의 캐스타웨이즈

해변 한가운데 서 있는 여객선 모양의 건물이 비치하우스이고, 그 위층에 캐스타웨이즈(Castaways)가 있습니다. 배 모양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멀리서도 눈에 띄고, 이 해변의 상징처럼 쓰입니다.

야외 데크에서 해변과 호수를 내려다보며 먹고 마실 수 있는 구조인데, 가격대는 해변 물가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음료가 12~16달러, 음식은 16~24달러 선입니다. 5월부터 9월까지만 운영하고 주말에는 DJ가 들어옵니다. 난간 쪽 자리가 전망이 좋은 만큼 경쟁이 심해서, 주말 오후에 워크인으로 가면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오전 11시 30분 이전에 올라가거나 평일을 노리는 편이 확실합니다.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항목 노스 애비뉴 비치 캐스타웨이즈
주소 1600 N Lake Shore Dr, Chicago, IL 60613 1603 N Lake Shore Dr (비치하우스 상층)
운영시간 매일 6:00–23:00 / 수영 가능 시간은 대체로 11:00–19:00 5~9월 한정 · 월~금 11:00–22:00 / 토·일 10:00–22:00
입장료 무료 · 발리볼 코트 이용도 무료 음료 $12~16 / 음식 $16~24
주차 인근 유료 주차 성수기 하루 $35 안팎 · 앱 사전 예약 권장 비치 주차장 공용
대중교통 CTA 버스 #151, #156 / 레드 라인 Chicago역에서 버스 환승 해변과 동일
공식 사이트 chicagoparkdistrict.com castawayschicago.com

시카고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를 꼽으라면, 도심에서 차로 십몇 분 거리에 이런 모래사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료이고, 개장 기간 내내 열려 있고, 가서 앉아 있기만 해도 됩니다. 주차라는 관문 하나만 미리 해결해 두면 나머지는 부담이 없습니다. 그날 얼떨결에 뛰었던 발리볼 이야기는 아직도 가족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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