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격표에 세금이 빠져 있습니다

미국에 온 첫 주에 겪는 가장 사소하면서도 매번 걸리는 일이 계산대에서 벌어집니다. 가격표에 적힌 금액과 실제로 결제되는 금액이 다릅니다. 그리고 식당에서는 계산서를 받은 뒤에 숫자를 하나 더 적어 넣어야 합니다.

둘 다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매번 잔돈이 헷갈리고 팁 앞에서 머뭇거리게 됩니다. 시카고 지역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손에 펼쳐 든 마트 영수증의 세금 항목 클로즈업

가격표는 세금 전 금액입니다

한국은 표시가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반대입니다. 진열대에 붙은 숫자는 세금을 뺀 금액이고, 계산할 때 판매세가 더해집니다.

세율이 전국 공통이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문제가 됩니다. 주가 정한 기본 세율 위에 카운티와 시가 각자의 몫을 얹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도 어느 동네에서 사느냐에 따라 결제액이 달라집니다.

일리노이의 일반 상품 기본 세율은 6.25퍼센트입니다. 여기에 지역 몫이 붙습니다. 시카고 시내에서는 합쳐서 10.25퍼센트가 됩니다. 미국 대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서버브로 나가면 이보다 낮은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전제품이나 가구처럼 금액이 큰 물건은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차이가 제법 벌어집니다. 100달러짜리 물건에서는 몇 달러 차이지만, 2천 달러짜리 소파라면 수십 달러가 갈립니다.

모든 물건에 같은 세율이 붙는 것은 아닙니다

일리노이는 품목을 나눠 다른 세율을 적용합니다. 영수증을 보면 항목 옆에 서로 다른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의약품에는 낮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처방약뿐 아니라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상비약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주정부 몫이 1퍼센트로 정해져 있어서 일반 상품보다 훨씬 낮습니다. 라벨에 약효 표기가 있는 제품이 기준입니다.

식료품은 최근에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주정부가 걷던 1퍼센트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개정으로 시나 카운티가 자체적으로 1퍼센트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실제로 600곳이 넘는 지역이 조례를 만들어 신고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동네마다 갈립니다. 조례를 만들지 않은 곳에서는 식료품에 세금이 붙지 않고, 조례를 만든 곳에서는 예전과 똑같이 1퍼센트가 붙습니다. 시카고 시내는 자체 조례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가 어느 쪽인지는 영수증 하단의 세율 표시를 보면 바로 확인됩니다.

식료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걸립니다. 장을 봤는데 몇 가지 항목에만 높은 세율이 붙어 있는 경우입니다.

일리노이는 사탕류, 탄산음료와 단 음료, 그리고 바로 먹을 수 있게 조리된 음식을 식료품으로 보지 않습니다.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품목들에는 일반 상품 세율이 그대로 붙습니다.

같은 마트 안에서 갈립니다. 밀가루와 우유는 식료품이고, 계산대 옆 초콜릿 바와 탄산음료는 아닙니다. 델리 코너에서 따뜻하게 데워 파는 음식도 일반 세율 쪽입니다. 영수증에서 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나왔다면 대개 이 항목들 때문입니다.

외식에는 세금이 한 겹 더 붙습니다

식당 계산서는 마트보다 세율이 높습니다. 조리된 음식이라 일반 세율이 적용되는 데다, 시카고 시가 음식점에 별도의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역이 하나 더 겹칩니다. 다운타운 일대와 미드웨이 공항 주변, 호숫가 일부 구역은 전시장 운영 기구가 걷는 1퍼센트가 추가로 붙는 구역입니다. 그래서 같은 시카고 안에서도 다운타운 식사의 세율이 더 높습니다.

계산서를 받아 세율이 11퍼센트를 넘어 있다면 잘못 계산된 것이 아닙니다. 이 구역 안에서 식사하신 것입니다.

팁은 세금 다음에 계산합니다

이제 팁입니다. 미국 식당에서 서빙을 받는 자리라면 팁은 선택이 아니라 관행입니다. 서버의 기본 시급이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고 팁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시카고는 이 격차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조례를 두고 있지만, 일정이 조정되어 아직 진행 중입니다.

관행적인 범위는 세전 금액의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사이입니다. 계산서 아래쪽에 금액별 예시가 인쇄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참고하셔도 됩니다.

실수하기 쉬운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봉사료가 이미 붙어 있는 경우입니다. 여섯 명 이상 단체에는 계산서에 봉사료를 미리 넣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것을 못 보고 팁을 또 적으면 두 번 내게 됩니다. 계산서 항목을 먼저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곳입니다. 결제 단말기가 돌아오면서 팁 비율 선택 화면이 뜨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서빙을 받지 않은 자리라면 팁을 넣지 않아도 결례가 아닙니다. 화면에는 넘기기 버튼이 항상 있습니다.

셋째, 배달과 픽업입니다. 배달은 팁을 주는 것이 관행이지만, 직접 가지러 가는 픽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앱이 기본값으로 팁을 넣어두는 경우가 있으니 결제 전에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식당 외에도 팁을 주는 자리가 있습니다. 미용실, 택시와 차량 호출, 호텔 짐 운반, 발레 파킹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마트 계산원, 커피를 직접 받아 오는 카페, 병원과 관공서는 팁을 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아닙니다

여행자와 정착자가 갈리는 지점이라 짚어둡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객이 출국할 때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습니다. 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미국 공항에서 환급 창구를 찾다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당황하십니다.

미국의 판매세는 환급 제도가 없습니다. 애초에 부가가치세와 성격이 다른 세금이라 구조 자체에 환급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가족이 물건을 사서 돌아가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반품은 관대한 편입니다. 물건을 되돌려주면 세금까지 포함해 결제한 금액 전부를 돌려받습니다. 영수증을 보관하는 습관이 여기서 도움이 됩니다.

세율이 붙지 않는 며칠이 있습니다

일리노이는 특정 시기에 일부 품목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학용품이나 의류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시행 여부와 기간은 해마다 주의회 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기적으로 보장된 제도는 아니어서 미리 계획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아이들 학용품이나 옷을 크게 장만하실 시기라면 그해에 시행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주 세무국이 시행 전에 공지합니다.

영수증에서 확인해 두면 좋은 것

정착 초기에 영수증을 한 달만 모아보시면 우리 동네의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세 가지만 보시면 됩니다.

첫째, 하단의 세율 표시입니다. 우리 동네의 실제 세율이 몇 퍼센트인지가 여기에 찍힙니다. 옆 동네 마트 영수증과 비교해 보시면 차이가 보입니다.

둘째, 항목별 표시 기호입니다. 어떤 물건에 일반 세율이 붙었고 어떤 물건이 식료품으로 처리되었는지가 항목 옆에 표시됩니다.

셋째, 반품 기한입니다. 대개 영수증 어딘가에 며칠까지 반품이 가능한지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매장마다 다르고, 개봉한 전자제품처럼 별도 조건이 붙는 품목도 있습니다.

식당 테이블 위 계산서 폴더와 펜

💡 숫자로 다시 보기

시카고 시내 일반 상품 세율은 10.25퍼센트(주 6.25퍼센트 + 지역 몫)이고, 서버브는 이보다 낮은 곳이 많습니다. 처방약·상비약은 주정부 몫만 1퍼센트로 훨씬 낮고, 식료품은 주정부 몫(1퍼센트)이 폐지된 대신 시·카운티가 자체적으로 1퍼센트를 매길 수 있어 동네마다 다릅니다 — 시카고 시내는 미도입입니다. 사탕류·탄산음료·조리된 음식·술은 식료품으로 보지 않아 일반 세율이 그대로 붙습니다.

외식은 시카고 음식점 세금이 얹혀 세율이 더 높고, 다운타운 일대는 1퍼센트가 추가로 붙습니다. 팁은 서빙을 받는 식당 기준 세전 금액의 15~20퍼센트가 관행이며, 단체 계산서의 봉사료 중복, 카운터 주문의 팁 화면, 픽업 주문의 기본값 팁은 결제 전에 한 번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확인처: 일리노이 세무국, 시카고시 재무국. 세율과 조례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매번 잔돈을 세어보게 되는 시기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몇 주가 지나면 대략 10퍼센트를 더해 어림잡는 감각이 생기고, 팁도 계산기 없이 눈으로 떨어집니다. 그때까지는 영수증을 버리지 말고 한 번씩 들여다보시면 됩니다. 우리 동네의 세율이 몇 퍼센트인지, 어떤 항목이 다르게 매겨졌는지가 거기에 다 적혀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