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유틸리티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소가 정해줍니다

이삿날 짐을 다 옮겨놓고 스위치를 올렸는데 불이 안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기와 가스가 집 계약을 따라 자동으로 넘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정을 내 이름으로 새로 여는 절차가 따로 있고, 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전 세입자가 계정을 닫는 순간 공급이 끊깁니다.

한국에서는 이 과정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처리됩니다. 그래서 미국에 처음 오시면 절차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순서와 걸림돌을 미리 알아두면 이사 당일이 훨씬 조용해집니다.

이사 당일 종이 상자만 놓인 시카고 아파트 거실

회사는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소가 정해줍니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입니다. 미국 유틸리티는 통신사처럼 비교해서 고르는 구조가 아닙니다. 주소에 따라 담당 회사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시카고 광역권의 전기는 사실상 한 회사가 담당합니다. 가스는 조금 갈립니다. 시카고 시내는 피플스 개스, 레이크 카운티 북부 일부 지역은 노스 쇼어 개스, 그 밖의 서버브 대부분은 나이코어 개스가 맡습니다. 내 주소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보면 대개 바로 알려줍니다.

물과 하수, 쓰레기 수거는 또 다릅니다. 이쪽은 민간 회사가 아니라 시청이나 빌리지 사무실이 관할합니다. 그래서 청구서도 별도로 옵니다. 아파트라면 렌트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서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신청은 이사 며칠 전에 해두셔야 합니다

개통 신청 자체는 전화나 웹사이트로 가능합니다. 필요한 것은 새 주소, 입주 예정일, 그리고 본인 확인 자료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유틸리티 회사는 신규 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평가 기관에 조회를 겁니다. 이름과 이전 주소가 기록과 맞는지 보는 절차입니다. 확인이 끝나기까지 영업일 기준 이틀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이사 당일에 전화하는 것보다 며칠 여유를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국에 막 도착해 이전 주소 기록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확인이 한 번에 끝나지 않기도 합니다. 이때는 여권이나 비자 서류를 요구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 두시면 통화가 짧아집니다.

신용 기록이 없으면 보증금을 요구받습니다

정착 초기에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입니다. 일리노이는 신규 주거용 고객에게 보증금을 무조건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고, 그 예외 중 하나가 신용 점수가 기준에 못 미치거나 신용 이력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미국에 갓 도착한 분은 정확히 이 상황에 해당합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보증금 통지를 받게 됩니다.

다행히 규정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보증금은 예상 연간 요금의 6분의 1, 그러니까 대략 두 달치를 넘을 수 없습니다. 한꺼번에 낼 필요도 없어서 나누어 납부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보증금을 잡겠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돌려받지 못하는 돈도 아닙니다. 맡겨둔 기간 동안 이자가 붙고, 12개월 연속으로 연체 없이 납부하면 자동으로 계정에 환급됩니다. 첫해만 넘기면 되는 관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지서는 두 덩어리로 나뉘어 있습니다

처음 받아 보는 전기 고지서는 항목이 많아 복잡해 보입니다. 그런데 크게 보면 두 부분입니다.

하나는 공급 요금입니다. 실제로 쓴 전기 자체의 값입니다. 다른 하나는 배송 요금으로, 전봇대와 전선, 계량기를 유지하고 우리 집까지 전기를 보내는 비용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송 요금은 주소가 정한 회사에 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공급 부분은 별도의 공급 사업자를 골라 바꿀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가스도 비슷한 선택 제도가 있습니다.

방문 판매와 전화 영업은 한 번 걸러 들으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공급 사업자 선택 제도 때문에 영업이 붙습니다. 유틸리티 회사 직원인 것처럼 말하며 집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요금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지서를 보여주면 그 자리에서 계약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제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동의 없이 공급사를 바꾸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계약을 했더라도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는 철회할 수 있고, 사업자는 계약 전에 조건을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기준 요금과 비교해 보고 싶으시면 주정부가 운영하는 요금 비교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 앞에서 즉석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만 지켜도 대부분의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겨울 고지서에 대비하는 방법

시카고에서 첫해를 보내면 겨울 가스 요금에 놀라시게 됩니다.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이 편차를 줄이는 제도가 있습니다. 지난 12개월 사용량을 바탕으로 매달 비슷한 금액을 내도록 평준화하는 납부 방식입니다. 실제 사용량과 차이가 나면 몇 달에 한 번씩 조정됩니다. 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에 목돈이 나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정산 시점에 부족분이 한꺼번에 청구될 수 있습니다. 첫해에는 사용 이력이 없어 추정치로 시작하기 때문에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은 선택지가 생각보다 좁습니다

전기와 가스가 정리되면 다음은 인터넷입니다. 여기는 경쟁이 있는 영역이라 비교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에 들어와 있는 회선이 선택지를 결정합니다. 광케이블이 깔린 동네가 있고 케이블만 들어오는 동네가 있습니다.

주소를 넣고 조회하면 이용 가능한 상품이 바로 나옵니다. 옆 동네에서 쓰던 요금제가 새 주소에서는 아예 뜨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아파트라면 관리 사무실에 어느 회사가 들어와 있는지 물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계약할 때 두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첫째는 홍보 요금의 적용 기간입니다. 첫 1년이나 2년만 낮은 금액이고 이후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가 많습니다. 둘째는 장비 임대료입니다. 매달 공유기 임대료를 따로 청구하는 경우가 있어, 직접 장비를 구입하면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전 세입자 계정을 이어받는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정착 초기에 실제로 사고가 나는 지점입니다. 집을 넘겨받으면서 계정 명의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 세입자가 자기 계정을 닫고 새 입주자가 자기 이름으로 새 계정을 여는 구조입니다.

이 두 시점 사이가 벌어지면 그사이에 공급이 끊깁니다. 겨울에 이 틈이 생기면 난방이 멈춰 배관이 어는 일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전 세입자가 언제 계정을 닫는지 확인하고 그 날짜에 맞춰 내 개통일을 잡아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내 이름으로 계정을 열지 않은 채 전 세입자 계정으로 계속 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편해 보이지만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유틸리티 고지서는 거주 증명으로 자주 쓰이는 서류인데, 내 이름이 없으면 그 용도로 쓸 수 없습니다. 운전면허 신청이나 학교 등록에서 곧바로 걸립니다.

주방 조리대에 쌓인 유틸리티 청구서 봉투들

📋 핵심 정리

회사 선택 전기와 가스 회사는 주소로 정해집니다. 물과 쓰레기는 시청 또는 빌리지 소관이라 청구서가 따로 옵니다.
신청 시점 본인 확인에 영업일 이틀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이사 며칠 전에 신청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금 신용 이력이 없으면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예상 연간 요금의 6분의 1이 상한이며 분납이 가능합니다.
보증금 환급 이자가 붙으며 12개월 연속 연체 없이 납부하면 자동으로 계정에 돌아옵니다.
고지서 구조 공급 요금과 배송 요금으로 나뉩니다. 배송은 바꿀 수 없고 공급만 사업자를 고를 수 있습니다.
방문 영업 계약했더라도 영업일 10일 안에는 철회할 수 있습니다. 문 앞에서 즉석 결정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겨울 대비 월 납부액을 평준화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총액이 줄지는 않으며 정산 시 부족분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확인처 일리노이 상무위원회와 주정부 요금 비교 사이트. 규정과 요금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유틸리티는 한 번 열어두면 그다음부터는 잊고 지내게 되는 항목입니다. 손이 가는 것은 첫 한 달뿐입니다. 이사 며칠 전에 전화 세 통을 돌려놓고, 첫 고지서가 왔을 때 보증금 항목이 있는지만 확인해 두시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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