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내와 서버브는 세입자 보호법이 다릅니다
미국에서 처음 집을 임차할 때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보증금의 성격입니다. 한국의 전세나 큰 액수의 보증금 개념이 없고, 대신 한 달치 남짓의 금액을 맡겼다가 퇴거할 때 손상 여부를 따져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금액이 작다고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돌려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자주 생기고,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그리고 시카고 지역에는 한 가지 함정이 더 있습니다. 시카고 시내와 서버브의 적용 법규가 다릅니다. 인터넷에서 본 세입자 권리 정보가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카고 시내인지 서버브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시카고시는 주거 임대차 조례라는 별도의 시 조례를 운영합니다. 이 조례는 세입자 보호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보증금 한도를 정해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별도의 이자 계좌에 분리해 보관하도록 하며, 받을 때 서면 영수증을 주도록 합니다. 부당하게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금의 두 배를 물어내야 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조례가 시카고 시 경계 안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네이퍼빌이나 에반스턴, 오크파크 같은 서버브에 살면 이 조례가 아니라 주법과 각 지자체 조례를 따르게 됩니다. 보호 수준이 다르고, 지자체마다 자체 조례를 별도로 두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알아볼 때 주소가 시카고 시내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편 주소에 "Chicago"가 들어가도 실제 행정구역은 다른 경우가 있으니, 계약 전에 해당 지자체를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금은 돌려받는 것을 전제로 다루세요
일리노이 주법은 집주인이 퇴거 후 일정 기간 안에 보증금을 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공제할 항목이 있다면 항목별로 명세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냥 "손상이 있어서 뺐다"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여기서 갈리는 것이 정상적인 마모와 손상의 구분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낡음은 공제 대상이 아니고, 세입자의 과실로 생긴 손상만 공제할 수 있습니다. 벽지가 빛에 바랜 것과 벽에 구멍을 낸 것은 다르게 취급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확실한 대비는 입주 당일 사진을 남기는 것입니다. 방마다, 특히 바닥과 벽, 주방 기기, 욕실 상태를 꼼꼼히 찍어 날짜가 남게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미 있던 흠집을 나중에 본인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을 막는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집주인이 입주 점검표를 제공한다면 반드시 작성하고 사본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들
영어 계약서를 처음 받으면 분량에 압도되기 쉽습니다. 전부 정독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아래 항목만은 짚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계약 기간과 갱신 조건이 첫 번째입니다. 만료 몇 개월 전에 갱신 의사를 통보해야 하는지,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월 단위 계약으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조항을 놓치면 원치 않는 갱신에 묶이거나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중도 해지 조항도 중요합니다. 주재원이나 유학생처럼 체류 기간이 유동적인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조기 해지 시 몇 개월치를 물어야 하는지, 대체 세입자를 구하면 면제되는지가 계약서마다 다릅니다.
포함되는 유틸리티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난방과 수도, 쓰레기 수거가 임대료에 포함되는지 별도인지에 따라 실제 월 지출이 크게 달라집니다. 시카고의 겨울 난방비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 난방 포함 여부는 임대료 비교의 핵심 변수입니다.
반려동물과 주차도 별도 조항으로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동물 보증금이나 월 추가금이 있는지, 주차 공간이 임대료에 포함되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임대료 말고도 나가는 돈이 있습니다
예산을 짤 때 월 임대료만 계산하면 초기에 현금이 부족해집니다. 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나가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신청 수수료가 첫 번째입니다. 신용 조회와 신원 확인 비용 명목으로 받는 돈이고 환불되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 동시에 지원하면 그만큼 배로 나갑니다. 일리노이는 최근 이 수수료에 상한을 두는 방향으로 법이 정비되고 있으니 청구 금액이 과도하다면 근거를 물어보셔도 됩니다.
첫 달치와 보증금을 계약 시점에 함께 냅니다. 마지막 달치까지 선납을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입주하는 날 석 달치에 가까운 금액이 한 번에 나갑니다.
유틸리티 개통에도 비용이 붙습니다. 전기와 가스는 신용 기록이 없으면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은 설치비가 별도로 붙기도 합니다.
아파트 단지라면 이사 수수료를 받는 곳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나 복도 보호 명목이고, 환불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약 전에 항목별로 얼마가 나가는지 목록을 받아두시면 예산을 정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개인 집주인은 다릅니다
임대 물건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관리회사가 운영하는 아파트 단지는 절차가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서류를 올리면 되고, 수리 요청도 창구가 정해져 있습니다. 대신 신용 조회 기준이 기계적이라 기록이 없으면 통과가 어려울 수 있고, 각종 수수료 항목이 많은 편입니다.
개인 집주인이 내놓은 물건은 융통성이 있습니다. 사정을 설명하면 소득 증빙으로 대체해 주거나 조건을 조정해 주기도 합니다. 반면 계약서가 허술하거나 수리 대응이 느릴 수 있고, 분쟁이 생겼을 때 기댈 절차가 적습니다.
정착 초기에는 신용 기록 문제 때문에 개인 집주인 쪽이 수월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럴수록 계약서 내용을 더 꼼꼼히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신용 조회를 통과하지 못할 때
정착 초기에 실제로 막히는 지점입니다. 집주인과 관리회사는 대체로 신용 조회와 소득 증빙을 요구하는데, 갓 도착한 사람은 신용 기록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쓰이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고용 계약서와 급여 명세로 소득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회사를 통해 이주하신 경우 인사팀에서 고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더 내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보증금 한도가 정해져 있어 무제한으로 늘릴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 신용이 있는 사람이 연대보증인으로 서는 방법도 있으나, 부탁할 사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외국인 세입자를 자주 받아본 관리회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합니다. 대학가 인근이나 국제 기업이 많은 지역의 임대 물건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입니다.
📋 계약 전 확인 목록
| 행정구역 | 시카고 시내인지 서버브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적용되는 세입자 보호 법규가 다릅니다. |
| 보증금 | 받을 때 서면 영수증을 요청하시고, 반환 조건과 공제 기준이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입주 기록 | 입주 당일 방마다 사진을 찍어 날짜가 남게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입주 점검표가 있다면 작성하고 사본을 챙기셔야 합니다. |
| 갱신과 해지 | 갱신 통보 기한과 중도 해지 시 부담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체류 기간이 유동적이라면 특히 중요합니다. |
| 유틸리티 | 난방과 수도, 쓰레기 수거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카고의 겨울 난방비는 큰 변수입니다. |
| 부대 조건 | 주차와 반려동물 관련 추가 비용이 있는지 별도 조항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신용 기록이 없을 때 | 고용 계약서와 소득 증빙, 회사 발급 고용 확인서로 대체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
| 확인처 | 시카고시 주택국 및 거주 예정 지자체 홈페이지. 조례는 개정되므로 계약 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임대차 계약은 정착 과정에서 가장 큰 금액이 오가는 절차인데, 정작 가장 서둘러 처리하게 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집을 빨리 구해야 다른 일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삼십 분만 들여 위 항목들을 확인하시면, 나중에 몇 달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