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고로 꼽힌 일본정원이 시카고 서쪽 록포드에 있습니다
미국 전역의 일본정원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전문지 Journal of Japanese Gardening이 북미 최고의 일본정원으로 꼽은 곳은 오리건도 캘리포니아도 아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90마일 남짓 떨어진 일리노이의 공업 도시 록포드(Rockford), 그중에서도 앤더슨 일본정원(Anderson Japanese Gardens)이었습니다. 다음 근교 여행지 후보를 정리하다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시카고 근교에 살면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글은 직접 다녀온 뒤 쓴 방문기가 아니라, 가기 전에 조사해 정리한 준비용 가이드입니다. 요금과 운영 시즌, 그리고 실제 방문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아쉬운 점까지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늪지였던 뒷마당이 정원이 되기까지
이 정원의 출발점은 공공사업이 아니라 한 개인의 집 뒷마당이었습니다. 록포드의 사업가 존 앤더슨(John R. Anderson)은 1966년 일본 여행에서 일본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78년 포틀랜드 출장길에 들른 포틀랜드 일본정원을 보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해부터 스프링 크리크(Spring Creek)를 낀 자기 집 뒤편의 습지를 정원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사람은 일본인 조경가 구리수 호이치(Hoichi Kurisu)였습니다. 도쿄에서 오가타 겐조에게 조경을 배웠고,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일본정원협회 조경 책임자로 일하며 포틀랜드 일본정원 조성을 감독한 인물입니다. 앤더슨이 감명받았던 그 정원을 만든 사람에게 직접 자기 뒷마당을 맡긴 셈입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수십 년간 이어졌고, 1998년 앤더슨 부부는 정원 전체를 비영리 단체에 기증했습니다. 지금 입장료를 내고 걷는 공간이 원래는 개인 주택의 뒷마당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규모와 밀도가 다르게 읽힙니다.
연못을 따라 도는 회유식 동선
정원은 연못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회유식 구성입니다. 물길과 폭포, 놓인 돌 하나하나가 시선의 방향과 걸음 속도를 계산해 배치되어 있어,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눈앞의 구도가 바뀝니다. 연못 위로 잉어가 지나가고 다실과 게스트하우스가 물가에 낮게 앉아 있는 풍경은, 사진보다 실제로 걸으며 볼 때 차이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 안내상 권장 관람 시간은 1~2시간입니다. 다만 한산한 날에는 벤치에 앉아 오래 머무는 사람이 많아 서너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도 적지 않습니다. 부지를 빠르게 훑고 나오는 종류의 장소는 아니고, 앉아 있는 시간까지 계산에 넣어야 제값을 하는 곳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시카고 근교의 식물원들과는 성격이 확실히 다릅니다. 보타닉 가든이나 모턴 수목원이 다양한 수종을 넓은 부지에 펼쳐놓고 보여주는 수집형 공간이라면, 이곳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걸으며 설계자가 의도한 순서대로 장면을 마주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부지 면적은 앞의 두 곳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작지만, 밀도는 오히려 높습니다. 넓은 곳을 오래 걷고 싶은 날과 좁은 곳을 천천히 보고 싶은 날은 다르므로, 같은 '정원'이라는 이름만 보고 비슷한 경험을 기대하면 어긋납니다.
계절 선택도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5~6월의 신록과 이끼, 10월 말 무렵의 단풍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시기이고, 특히 단풍철에는 단풍나무와 연못 수면의 반사가 겹치면서 이 정원의 밀도가 가장 잘 드러납니다. 다만 그만큼 사람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해서, 도로 소음과 인파에 예민한 편이라면 한여름 평일 오전이 현실적인 절충안이 됩니다. 시카고에서 록포드까지는 I-90 유료도로 구간을 지나므로 아이패스(I-PASS)나 통행료 결제 수단을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가기 전에 감안해야 할 점들
후기를 여러 편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불만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정원 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높지만, 기대치를 그대로 들고 가면 실망할 수 있는 지점들이라 미리 적어둡니다.
방문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아쉬운 점
- 도로 소음 — 정원이 간선도로와 가까워 차량 소음과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고요함을 기대하고 갔다가 몰입이 깨졌다는 후기가 가장 많습니다.
- 안내판 부족 — 현재 위치와 다음 경로를 알려주는 표지가 충분하지 않아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는 지적이 반복됩니다. 입장 시 받는 지도를 꼭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 붐비는 날의 체감 차이 — 어버이날이나 연휴처럼 사람이 몰리는 날에는 정원 특유의 정적이 사라지고, 부속 식당도 대기와 소음이 상당해집니다.
- 어린아이에게는 지루할 수 있음 — 놀이 요소가 없고 조용히 걷는 것이 전부라, 미취학 아동을 동반하면 금세 지루해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규정도 다른 공원들보다 엄격한 편입니다. 반입 음료는 생수만 허용되고, 인증된 보조견을 제외한 반려동물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정된 길을 벗어나거나 바위와 구조물에 올라가는 행위도 금지되며, 통화는 자제하고 휴대폰은 무음으로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삼각대를 세우는 본격적인 촬영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가벼운 스냅 촬영만 자유롭습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이 규칙들을 미리 설명해 두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시즌과 요금, 그리고 하루를 채우는 방법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운영 시즌입니다. 이 정원은 연중무휴가 아니라 대체로 4월 중순에 문을 열어 11월 중순에 시즌을 마감합니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아예 닫혀 있으므로, 겨울에 계획을 세웠다면 헛걸음하게 됩니다. 시즌 중에는 비가 와도 문을 엽니다.
요금은 평일과 주말이 다릅니다. 평일은 성인 13달러, 62세 이상 12달러, 학생과 군인 11달러이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각각 15달러, 14달러, 13달러로 오릅니다. 5세 이하는 무료이며, 사전 예약 없이 방문자 센터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조용한 관람이 목적이라면 요금이 싸고 사람도 적은 평일 방문이 두 배로 유리합니다.
정원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왕복 세 시간의 운전이 아깝습니다. 방문자 센터 안에는 정원이 내다보이는 프레스코 앳 더 가든스(Fresco at the Gardens)가 있어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고, 록포드 시내로 나가면 록 강변의 유리 온실 니콜라스 컨서버토리(Nicholas Conservatory & Gardens)가 있습니다. 실내 온실은 성인 10달러, 62세 이상과 5~17세 8달러이며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바깥 정원은 무료로 개방됩니다. 여기에 남쪽의 클렘 수목원(Klehm Arboretum)까지 더하면 하루가 넉넉히 찹니다. 실내 온실을 일정에 넣어두면 날씨가 나빠졌을 때 대안이 된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 항목 | 앤더슨 일본정원 | 니콜라스 컨서버토리 |
|---|---|---|
| 주소 | 318 Spring Creek Rd, Rockford, IL 61107 | 1354 N 2nd St, Rockford, IL 61107 |
| 운영 시즌 | 4월 중순~11월 중순 (겨울 휴장) | 연중 운영 |
| 운영시간 | 월~금 9:00–18:00 / 토·일 9:00–17:00 | 실내 화~금 10:00–16:00, 토·일 10:00–15:00 / 월요일 휴관 · 야외 정원 5:00–22:00 |
| 입장료 | 평일 성인 $13 / 주말·공휴일 $15 / 5세 이하 무료 | 실내 성인 $10 / 62세 이상·5~17세 $8 / 야외 정원 무료 |
| 주차 | 전용 주차장 무료 (금연 구역) | 록 강변 전용 주차장 |
| 소요 시간 | 권장 1~2시간 (앉아 쉬면 3시간 이상) | 1시간 내외 |
| 공식 사이트 | andersongardens.org | nicholasconservatory.com |
시카고에서 록포드까지는 I-90 유료도로를 타고 한 시간 반 남짓 걸립니다. 근교 여행지로는 애매하게 먼 거리라 그동안 후순위로 밀려 있었는데, 개인의 습지 뒷마당에서 시작해 북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정원이 되기까지의 내력을 알고 나니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평일 오전,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지도를 손에 들고 다녀올 계획입니다. 실제로 걸어본 뒤에는 도로 소음이 정말 그렇게 거슬리는지부터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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