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촬영지 우드스탁 광장 가기 전 알아둘 것들

시카고에서 북서쪽으로 약 83km 떨어진 일리노이주 우드스탁(Woodstock)의 광장은 1993년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리 밝혀 두자면 이 글은 제가 다녀와서 쓴 방문기가 아닙니다. 가기 전에 시청과 오페라 하우스 공식 페이지, 현지 신문 기사, 방문객 후기를 훑어 정리한 준비용 자료입니다. 그래서 날씨나 그날의 기분 같은 이야기 대신 문 여는 요일과 시간, 그리고 여행 기사에는 아직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사라진 것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촬영지인 일리노이주 우드스탁 광장과 1889년에 지어진 우드스탁 오페라 하우스 전경

기대와 실제가 어긋나는 지점부터 짚습니다

영화 팬이 가장 크게 실망하는 대목은 '팁 톱 카페(Tip Top Cafe)'입니다. 이 카페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고 촬영을 위해 꾸민 공간이었습니다. 개봉 뒤 같은 이름의 비스트로가 캐스 스트리트 108번지에 실제로 문을 열기는 했지만 2012년에 폐업했고, 지금 그 자리에는 멕시코 식당 타케리아 라 플라시타가 들어와 있습니다. 영화 속 카페를 그대로 볼 생각으로 가시면 건물 외관만 확인하게 됩니다.

식사 계획도 다시 짜셔야 합니다. 광장의 옛 매켄리 카운티 법원(Old Courthouse) 지하에서 오래 영업하던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가 2024년 봄에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시가 건물주였고 임대료와 대출 문제가 얽힌 폐업이라 지역 신문이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한국어와 영어 여행 글이 여전히 이 식당을 광장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걸러서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요일도 함정입니다. 광장 상점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쉽니다. 오페라 하우스 박스오피스도 월요일에는 아예 닫습니다. 월요일에 도착하면 잔디 광장과 건물 외관만 보고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페라 하우스 역시 상시 개방하는 박물관이 아니어서, 객석과 무대를 보려면 그날 공연 티켓이 있어야 합니다.

펜실베이니아 이야기를 일리노이에서 찍은 사연

영화의 무대는 펜실베이니아주 펑크서토니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은 대부분 우드스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제작진이 원한 그림은 사방이 상점으로 둘러싸이고 가운데 공원이 놓인 옛 광장이었는데, 펑크서토니의 실제 시가지는 그 조건에 맞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드스탁 광장은 19세기 말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고,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란 감독 해럴드 레이미스에게는 지리적으로도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크린에서 펑크서토니라고 부르는 거리 대부분이 사실은 일리노이주 소도시의 광장입니다.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위치 우드스탁 광장 히스토릭 디스트릭트이며 주소는 Woodstock Square, Woodstock, IL 60098입니다. 구글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광장 이용 야외 공원이라 연중 열려 있고 입장료는 받지 않습니다.
오페라 하우스 주소는 121 W. Van Buren St이며 박스오피스는 월요일에 쉬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엽니다. 공연이 있는 날에는 최소 한 시간 전에 문을 엽니다.
공연 관람 객석에 들어가려면 해당 공연 티켓이 필요하고 요금은 공연마다 다르게 책정됩니다. 일정은 오페라 하우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파머스 마켓 토요일 장은 5월부터 10월까지, 화요일 장은 5월부터 9월까지 광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섭니다. 겨울에는 광장을 떠나 실내로 자리를 옮깁니다.
기차 메트라 UP-NW선 우드스탁역(90 Church St)에서 내리면 광장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요금 구역은 존 4에 해당합니다.
주차 광장 둘레의 노상 주차 구획을 무료로 쓸 수 있지만 행사가 있는 날에는 금방 찹니다.
촬영지 지도 옛 법원 건물(101 N. Johnson St) 안 상공회의소 방문자 센터에서 촬영지 지도를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체류 시간 상점과 광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데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니 반나절 일정으로 잡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1889년에 지어진 오페라 하우스와 오손 웰스

광장 한쪽의 우드스탁 오페라 하우스는 188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설계는 스미스 호그가 맡았고 공사비는 2만 5천 달러가 들었습니다. 빅토리아 후기 양식에 고딕과 무어풍 요소가 섞인 외관이며, 내부는 당시 유행하던 쇼보트 극장에서 발상을 빌려왔습니다. 1974년에는 미국 국가사적지에 올랐습니다.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대대적인 복원을 거쳐 1977년 2월에 다시 문을 열었고, 정면 현관은 1999년에, 승강기를 갖춘 별관은 2003년에 덧붙였습니다.

이 무대에는 영화 이전의 이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손 웰스가 1931년 우드스탁의 토드 스쿨을 졸업했고, 1934년 여름 이곳에서 토드 시어터 페스티벌을 직접 조직해 세 편을 올렸습니다. 미국에서 그가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상 첫 무대였고, 오페라 하우스는 2013년에 이 무대를 웰스에게 헌정했습니다. 1947년에 꾸려진 극단 우드스탁 플레이어스에는 폴 뉴먼, 톰 보슬리, 벳시 파머, 셸리 버먼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갔습니다.

광장에서 실제로 찾을 수 있는 촬영지 표식

주인공이 매일 같은 자리에서 빠지던 물웅덩이 자리에는 인도에 작은 명판이 박혀 있고 "Bill Murray Stepped Here"라고 적혀 있습니다. 보험 판매원 네드 라이어슨과 부딪히는 모퉁이는 광장 북동쪽, 캐스 스트리트와 벤턴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영화 속 숙소 '체리 스트리트 인'으로 나온 집은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344 Fremont St에 있고 체리 트리 인이라는 이름의 비앤비로 지금도 손님을 받습니다. 우드스탁 윌리 조형물은 골목 안쪽에 있어 지도 없이 걸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표식이 대체로 작고 낮게 붙어 있어서,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를 먼저 챙기시는 쪽이 시간을 아낍니다.

파머스 마켓과 매년 2월 초의 그라운드호그 데이스

광장이 가장 붐비는 때는 토요일 오전입니다. 파머스 마켓이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정리되므로, 정오 넘어 도착하시면 이미 철수하는 장면만 보게 됩니다. 겨울에는 마켓이 광장에서 열리지 않고 시 외곽의 과수원 건물로 옮겨 가니, 추운 계절에 마켓을 목적으로 삼으시면 헛걸음이 됩니다.

연중 가장 큰 행사는 매년 1월 말부터 2월 2일까지 이어지는 그라운드호그 데이스입니다. 핵심인 예측 행사는 2월 2일 오전 7시에 광장 공원에서 진행되며, 영화 장면을 재현하는 순서와 밴드 연주가 함께 붙습니다. 다만 시각과 계절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한겨울 새벽 기온에 야외에서 한참 서 있어야 하고, 주차 공간도 평소와 달리 일찍 동납니다. 5킬로미터 달리기, 칠리 요리 대회, 영화 소품 공개 행사 같은 부대 행사는 행사 공식 사이트에서 해마다 갱신됩니다.

기차로 갈지 자동차로 갈지 정하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우드스탁역은 시카고에서 51.6마일 떨어져 있고 메트라 UP-NW선 종점 방향에 놓여 있습니다. 역에서 광장까지는 걸어서 몇 분이면 닿기 때문에 기차만 맞으면 운전 없이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편수입니다. 주말에는 우드스탁까지 들어오는 열차가 토요일 아홉 편, 일요일 여덟 편 남짓에 그칩니다. 한 편을 놓치면 다음 열차까지 한두 시간을 광장에서 더 보내야 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머무를 계획이시라면 돌아가는 열차 시각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일정을 거기에 맞추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동차로 움직이시면 시간에 매이지 않고 주차도 무료지만, 광장 둘레 노상 주차는 행사가 있는 날 금세 사라집니다.

결국 우드스탁 광장은 온종일 붙잡아 두는 곳이라기보다 반나절짜리 목적지에 가깝습니다. 순서를 정하자면 오페라 하우스 공연 일정을 먼저 확인하고, 그 날짜를 토요일 오전 파머스 마켓과 겹치게 맞추는 방식이 가장 빈틈이 적습니다. 저는 다음에 일정을 짤 때 박스오피스 번호(815-338-5300)로 전화를 걸어 그 주 공연부터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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