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브드 락 협곡은 좋지만 트레일이 짧습니다
시카고 서버브에서 I-80을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 반쯤 달리면 끝없이 평평하던 일리노이 옥수수밭이 갑자기 끊기고 땅이 아래로 갈라집니다. 스타브드 락 주립공원의 협곡 지대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 이곳을 봄에도 다녀왔고 가을에도 다녀왔습니다. 경치는 두 번 다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다녀올 때마다 똑같은 아쉬움이 하나 남았고, 그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려고 합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걷는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공원 안내에 적힌 트레일 총연장은 13마일, 약 21킬로미터입니다. 숫자만 보면 하루 종일 걸어도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구조는 짧은 왕복 코스 여러 개를 붙여 놓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가장 유명한 프렌치 캐년은 방문자 센터에서 왕복 0.8마일, 약 1.3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스타브드 락 전망대는 편도 0.3마일입니다. 와일드캣 캐년이 편도 1마일이고, 세인트루이스 캐년이 약 1.5마일, 톤티 캐년이 편도 2마일 정도입니다.
협곡 하나를 보고 왔던 길로 되돌아 나온 뒤 다시 다음 협곡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라, 한 방향으로 길게 밀고 나가는 종주형 산행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갈 때마다 조금만 더 긴 트레킹 구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이제 막 걷기에 익숙해질 무렵 코스가 끝나 버립니다. 본격적인 산행을 기대하고 오시면 허전하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를 데려가는 가족이나 체력 부담 없이 풍경만 보고 싶은 분께는 이 짧은 구조가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주차장 만차와 인파, 그리고 공사 구간
주말 오전의 메인 주차장은 정말 빨리 찹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주차 자리를 기다리는 차량 줄이 생기고, 폭포 앞에서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후기에서도 명절 연휴에 갔더니 주립공원이 아니라 놀이공원 같았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오전 8시 30분 이전에 도착하시면 이 문제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트레일 자체가 오전 7시부터 열리기 때문에 이른 출발이 손해가 되지 않습니다. 평일에 시간을 내실 수 있다면 같은 협곡을 거의 전세 내듯 걸으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트레일 폐쇄입니다. 공원은 대규모 트레일 개보수 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프렌치 캐년처럼 인기 있는 구간이 몇 달씩 통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단과 목재 데크가 낡아 무너질 위험이 있는 구간을 손보는 작업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출발 전에 공식 사이트의 폐쇄 안내를 한 번만 확인하셔도 헛걸음을 피하실 수 있습니다.
봄에 본 공원과 가을에 본 공원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정보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저희 가족이 봄과 가을에 각각 가 보니 같은 장소가 맞나 싶을 만큼 인상이 달랐습니다.
봄은 폭포의 계절입니다.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는 눈이 녹은 물과 봄비가 합쳐져 협곡 안쪽 폭포가 가장 힘차게 떨어집니다. 대신 땅이 질척거려서 진흙탕 구간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여름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한여름으로 접어들면 상당수 폭포가 완전히 말라붙어 물줄기가 사라집니다. 폭포를 기대하고 7월에 오셨다가 젖은 바위 벽만 보고 돌아가는 분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그래서 폭포가 목적이시라면 달력보다 날씨를 보고 움직이시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비가 넉넉히 내린 뒤 하루나 이틀 안에 도착하시면 한여름이라도 물줄기를 보실 수 있고, 반대로 비 소식이 없던 봄이라면 기대만큼 시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을은 물 대신 색으로 승부합니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협곡 위 숲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절벽과 대비를 이룹니다. 다만 이 시기 폭포는 대체로 말라 있다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겨울에는 폭포가 그대로 얼어 거대한 얼음 기둥이 만들어집니다. 12월부터 2월 사이에 사진가와 아이스 클라이머들이 이 얼음을 보러 몰려듭니다. 정리하자면 물소리를 원하시면 봄, 단풍을 원하시면 가을, 얼음을 원하시면 한겨울입니다.
굶어 죽은 바위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공원 이름을 직역하면 굶어 죽은 바위입니다. 이름의 바탕에는 원주민 전승이 있습니다. 1769년 오타와족 추장 폰티악이 일리니 연합에 속한 피오리아족 전사에게 살해당했고, 그 보복으로 벌어진 싸움에서 쫓기던 일리니족 무리가 강가에 솟은 높이 125피트, 약 38미터의 사암 바위 위로 피신했다가 포위된 채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전승을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증거나 당대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실로 단정하기보다 지역에 전해 내려온 이야기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맞습니다.
협곡 자체의 내력은 훨씬 확실합니다. 벽면을 이루는 암석은 세인트피터 사암층이고, 약 1만 4천 년 전 빙하가 녹아 흐른 엄청난 양의 물이 이 무른 사암을 세로로 깎아 18개의 협곡을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만져 보면 표면이 모래처럼 부슬부슬 떨어지는데, 그만큼 무르기 때문에 이런 지형이 생긴 것입니다. 이곳은 1911년에 일리노이주에서 두 번째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1930년대에는 대공황기 뉴딜 정책으로 만들어진 민간자원보존단(CCC)이 이곳에 캠프를 차리고 25마일이 넘는 길과 벤치, 대피소를 놓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밟고 다니는 계단길과 주차장, 그리고 통나무 로지가 그때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 상세 위치 및 방문 정보
| 주소 | 일리노이주 오글스비의 2678 E 875th Rd, Oglesby, IL 61348에 있습니다. |
| 운영 시간 | 트레일은 오전 7시부터 일몰까지 열려 있습니다. 방문자 센터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합니다. |
| 입장료와 주차비 | 둘 다 받지 않습니다. 저희도 여러 번 갔지만 공원 안에서 쓴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
| 가는 길 | 시카고 도심에서 I-80 서쪽 방향을 타고 IL-178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략 한 시간 반이 걸립니다. |
| 트레일 규모 | 협곡은 18개이고 트레일을 모두 합치면 13마일, 약 21킬로미터입니다. 개별 코스는 대부분 왕복 1마일에서 4마일 사이입니다. |
| 주차 요령 | 메인 주차장이 차면 세인트루이스 캐년 쪽 별도 주차장을 쓰시면 됩니다. 주말에는 오전 8시 30분 전에 도착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 공식 사이트 | 공원 정보와 트레일 폐쇄 공지는 일리노이주 자연자원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짧은 코스를 길게 이어 붙이는 방법
트레일이 짧다는 아쉬움은 코스를 묶어서 어느 정도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방문자 센터 동쪽으로 프렌치 캐년과 와일드캣 캐년, 라살 캐년, 그리고 일리노이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몇 곳을 한 번에 잇는 약 4.5마일 순환 코스가 있습니다. 이렇게 묶으면 세 시간 남짓 걷게 되고, 협곡마다 왕복하며 같은 길을 두 번 밟는 답답함도 줄어듭니다.
신발은 반드시 접지력 있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공원은 젖은 사암 계단이 계속 이어지고, 봄에는 진흙까지 더해져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물통은 챙기시고, 공원 안에는 식당이 로지 한 곳뿐이라 식사는 근처 우티카 마을에서 해결하시는 편이 편합니다. 협곡 안쪽은 신호가 약한 구간이 있으니 지도는 미리 내려받아 두시면 마음이 놓입니다.
여러 번 가고도 다시 가게 되는 이유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타브드 락은 하루를 통째로 채워 주는 공원이 아닙니다. 걷는 시간이 짧고, 계절을 잘못 고르면 폭포가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희 가족은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평평한 옥수수밭 한복판에 이런 협곡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매번 새롭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돈이 전혀 들지 않아서 부담 없이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트레일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다음에도 아마 봄비가 그친 어느 아침에 다시 서쪽으로 핸들을 꺾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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